Becoming Company

[조직의 철학에 대하여] 건강한 긴장감 그리고 조직 의사결정

아시아의달 2020. 12. 19. 01:18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 리더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그의 철학과 가치관, 그리고 역량이 조직의 방향과 생명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는 일터는 수평문화를 지향한다. 자율결정을 토대로 자발적으로 의사결정을 권장하고, 무언가 일을 하는데 있어서 자발적으로 일을 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모든 것은 "학습"으로 귀결되며, 어떠한 시도도 "학습"이라는 이름에 용인이 된다. 일이나 사업의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그것은 회사에서 책임을 진다고 한다. 개인이 학습했다면 그것으로 값진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퇴사한 멤버들 중에는 무엇을 이야기해도 결국 다 학습이고,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는 벽에 대화하는 답답함에 회사 조직문화에 크게 불편함을 갖고 퇴사한 멤버들도 있다. 얼핏 보면 천국같은 직장인데 뭐가 문제일까. 

 

나는 오늘도 비슷한 상황을 직면했다. 코로나 발 국내외 경기가 거의 얼어붙은 상황에, 내가 현재 소속한 조직의 경제상황도 좋은 상황은 못된다. 간신히 비탈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전략없이 매번 급하게 오는 건들을 쳐내는 식으로 일을 하다보니 밤낮없이 일해도 일의 보람과 뿌듯함보다는 피로만 넘칠 뿐이다.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것이 재편되고 전환되는 시점에 각자 모의하거나 그것도 못하고 업무 쳐내기에 바쁜 시점에 이런 상황에서 전략 회의 진행을 건의했고, 현 상황에서는 사활을 걸 만한 중차대한 상황이니 리더십의 진행과 결단이 필요하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그러나 애초 전략회의가 아니고 송년회라는 행사를 기획했던 경영지원실에서 이 의견에 대하여 그건 아닌 것 같다며 모두에게 전략회의 진행을 열었고, 아무도 맡지 않는 속에 막내가 진행을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하였고, 그녀의 경험에 뿌듯함보다는 피로함과 제대로 돕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불편함이 남았다.

 

다시 회의 이야기가 나왔다. 전략이 부재한 것에 대한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리더십에서는 좋은 학습의 기회를 멤버들이 가지지 못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이전의 막내가 진행한 경험의 부정적인 면만 보지 말 것을 이야기하셨다. 그에 대해 부정과 긍정 양면을 보아야 하는 점과 멤버의 학습의 현장이 아니라 이것은 실전이며 결과물이 반드시 나와야 하는 조직의 사활이 걸린 점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가 리더에게 권장하듯 리더가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수행했으면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만약 막내에게 맡기거나 학습을 고려한다면 그가 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목소리가 떨리기 까지 하였다. 결론적으로 리더십이 진행하기로 하였지만, 멤버들의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 것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셨다. 나는 정말 좋은 경험의 장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사활을 걸만한 상황이라는 점에 대하여 공감하지 않거나 리더로서 행동을 지지 않는 행동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스쳤다. 초반에는 그 일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이에게 그건 아니라며 거절을 당하고, 오늘은 하긴 하지만 뭔가 꺼림찍하게 결론이 내려진 것 같다. 무엇을 위해 내가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했을까,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가만히 있었으면 될 일인데. 

 

아무리 좋은 이론과 철학, 꿈같은 현실이라고 하여도 우리는 늘 양쪽을 보아야 한다. 이 꿈같은 상황이 자유를 주지만 건강한 긴장감, 경쟁을 주지는 못한다. 자율 속에서 자기조직화를 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동시에 만들거나 또는 자율과 경쟁이 건강하게 긴장할 수 있는 그러한 텐션을 같이 조성해야 한다. 우리는 유토피아가 아닌 현실 세계에 살고 있고,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힘에 우리는 작용, 반작용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야기도 늘 듣는다. 예를 들어 규칙을 만들어주세요 라고 구성원이 말한다. 규칙을 만들면 또 다른 규칙과 상황이 생겨나고 자율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통제가 더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 만들면 안 만든다고 말이 많다. 즉 만들어도 문제가 생기고, 안 만들어도 문제가 생긴다. 그것을 알고 있자라고 늘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은 알고 있는데 의사결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이 지점이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실망스럽게 들리는 지점이다. 수많은 조직의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을 하는 곳이지만 정작 우리 안에서는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도보다는 누군가 발의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따라주었으면 하는 것, 안 따르면 불쾌해하는 것. 의사결정을 내리든 안내리든 문제는 존재하기 마련이니 무엇이든 내린 것에 따라 움직인다고 하자. 첫 번째로 앞서 말한 우리가 컨설팅하는 의사결정의 질의 진정성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으며, 모든 의사결정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저 무언가 닥친 것을 해결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늘 문제 속에 살고 있다. 늘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때로는 실망스러운 선택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랑스러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때로는 그 당시에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이후에 잘못되기도 하고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한 것이 잘되기도 한다. 인생 새옹지마다. 그럼 어떻게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할까. 이래나 저래나 어떻게 풀릴지 모르니 되는 대로 살면 되는 것일까. 그말이 정말 옳은 것이고 이 답답한 의사결정 방식은 내가 수용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이렇게 정리해보고 싶다. 건강한 긴장감을 늘 가질 것. 그것은 양면을 보고, 균형을 이루는 기제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기억할 것. 그리고 의사결정에 대하여는 먼저 조급하고 좁게 생각하기 보다는 넓게 바라보고 문제와 선택의 딜레마를 이해하되, 어떤 변수 어떤 상황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고 내가 뜻하는 대로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다분히 그럴 수 있음을 아는 것. 그러나 최소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나의 진정성을 지키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또 다른 상황이 생겨난다면 그것을 이해 못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방방 뛰기보다는 그것 또한 선택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또 다른 다음을 준비해나가는 것. 그러니까 오늘의 최선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좀 더 미래를 열린 미래로 바라보며 만들어나가는 믿음을 가지는 것. 그것이 내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만약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히는 학습자의 논리와 어떤 의사결정도 문제를 만드니 무엇이든 결정하라는 논리에 내가 납득할 수 없고, 대화도 되지 않는다면 그 때는 내가 이 조직에 남아 있을 이유가 더이상 없을 때 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곳에 있든 유연함을 갖는 것, 그 어딘가의 균형점을 조직원들과 함께 찾는 것, 그 술렁이는 상황에 대해 인내심이 없다면 나도 자질이 없는 것일 것이다. 경영은 지략이 많은데서 나온다고 하였는데, 이 상황과 환경은 내가 바꿀 수 없지만 나의 미래에 집중하고, 그것을 이루어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시간을 사용하고, 그렇게 때가 되면 좋은 만남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략을 두고 일을 하고, 지금은 알아주는 이 없는 고독한 밤낮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조금씩 원피스와 같은, 쿵푸팬더의 멤버들과 같은 이들을 만나 팀을 이루고 세상에 멋진 일들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꿈 꿔본다. 그래서 오늘의 이 상황들도 겸손히 바라보고, 반면 교사하여 스스로를 경영하고 팀을 경영하는데 좋은 자원으로 사용해야 겠다. 끝.